[핵심 요약]
- 섭취 주의: 떫은 감(탄닌) 과식 시 위석 발생 위험. 하루 1~2개 식후 섭취 권장.
- 영양 섭취: 껍질째 섭취 시 항산화 효과 우수. 곶감은 열량이 높아 섭취량 조절 필수.
- 감꼭지 오용 금지: 성분 불균형 및 기존 약물 충돌 위험이 커 가정 내 임의 복용 절대 금물.
안녕하세요. 환자분들이 궁금해하는 일상 속 건강 정보를 알기 쉽게 전하는 김진아 한의사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시장과 마트에 주황빛 감이 산처럼 쌓입니다. 사각사각 깎아 먹는 단감부터 달콤하고 부드러운 홍시, 처마에 매달아 두는 쫀득한 곶감까지 며칠 내내 식탁 위 훌륭한 간식이 됩니다.
이렇게 감을 자주 접하다 보니 진료실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원장님, 감꼭지가 딸꾹질에 좋다던데 모아뒀다가 달여 먹어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감꼭지가 딸꾹질을 멎게 하는 귀한 약재인 것은 맞지만 집에서 모은 꼭지를 함부로 달여 먹는 것은 권하지 않고 싶습니다. 언제 딴 것이냐에 따라 약효 성분이 다르고, 현재 복용 중인 약과 충돌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감을 먹으며 생기는 소소한 궁금증들을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하루에 몇 개까지 괜찮은지, 게와 함께 먹으면 정말 큰일이 나는지, 그리고 버리던 감꼭지의 진짜 정체까지 꼼꼼히 짚어보겠습니다.
Q1. 감 먹고 속이 답답할 때가 있는데, 하루에 몇 개까지 먹는 게 좋은가요?
감은 하루 1~2개 정도만, 가급적 빈속을 피해 식후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감을 먹고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던 이유는 특유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 때문입니다. 이 성분이 위로 내려가면 위산을 만나 음식물 속 섬유질 등과 엉겨 붙어 단단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1].
잘 익은 단감에는 탄닌이 거의 없지만, 덜 익어 떫은 감일수록 고스란히 남아 있어 과식하면 위장에 큰 부담을 줍니다.
Q2. 감과 게를 같이 먹으면 안되나요? 정말 두 음식은 상극인가요?
감과 게를 같이 먹는다고 무조건 탈이 나는 것은 아니며, 진짜 조심해야 할 것은 조합이 아니라 ‘덜 익은 감’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 습관입니다.

앞서 1번에서 말씀드린 감의 떫은 성분(탄닌)이 게의 풍부한 단백질과 만나면 위에서 단단하게 굳습니다. 이는 단순히 두 음식의 궁합 문제가 아니라, 덜 익은 감이 위 속에 돌을 만드는 ‘감위석’의 전형적인 발생 과정입니다 [2].
실제로 위석 환자를 살펴본 연구에서도 절반이 넘는 58.3%가 감 제철인 10월부터 2월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2]. 즉, 밥상에 게를 곁들였다고 걱정하실 필요 없이, 떫은 감을 과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름철 밥상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장어와 복숭아 상극설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칼럼을 함께 읽어보세요.)
▶ 장어 먹고 복숭아 먹으면 배탈 날까? 알아두면 좋은 복숭아 효능과 상극 음식
Q3. 위 수술 이력이 있거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감 섭취를 아예 피해야 하나요?
아예 피할 필요는 없지만, 덜 익은 감은 피하고 푹 익은 홍시나 단감을 식후에 하루 1~2개씩만 나누어 드셔야 합니다.

위 수술 이력이 있거나 당뇨가 있는 분들이 감 섭취를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위장 운동 속도’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은 위가 음식을 소화해 아래로 내려보내는 기능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위장이 느리게 움직일 때 떫은 감을 먹으면, 앞서 말씀드린 탄닌 성분이 위 속에 훨씬 오래 머물게 됩니다.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탄닌이 다른 음식물과 엉겨 붙어 단단한 돌(위석)을 만들 위험 역시 커집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위석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위 수술 이력이 있거나 당뇨를 앓는 분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1]. 특히 감으로 인해 생긴 위석은 무척 단단하여 내시경 시술로도 제거하기 쉽지 않으므로, 위장 기능이 약해지신 분들은 애초에 조심해서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4. 감 효능을 제대로 보려면 껍질은 깎아 먹어야 하나요, 아니면 그냥 먹어도 되나요?
깨끗이 씻으셨다면 무조건 껍질째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감 껍질은 과육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튼튼한 천연 방어막입니다. 이 껍질을 깎아 버리면 우리 몸의 세포를 보호해 줄 항산화 성분도 함께 버려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단감을 껍질째 먹었을 때 비타민C, 식이섬유, 무기질, 항산화 물질(폴리페놀) 등이 훨씬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3]. 감의 좋은 성분을 온전히 섭취하려면 흐르는 물에 씻고, 꼭지 주변 홈까지 잘 닦아 껍질째 드시길 바랍니다. 단, 위장이 약하신 분은 껍질의 풍부한 식이섬유가 부담될 수 있으니 양을 조절하셔야 합니다.
Q5. 곶감이나 감말랭이로 만들어 먹으면 몸에 좋은 성분이 다 날아가나요?
아닙니다. 몸에 좋은 영양분은 그대로 유지되고 떫은맛만 사라집니다. 단, 당분과 열량이 짙게 농축되므로 하루 1~2개로 섭취량을 제한해야 합니다.

감을 말리는 과정에서 떫은맛을 내는 성분(탄닌)이 물에 녹지 않는 형태로 변해 우리 혀가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떫은 성분이 곶감이 되면서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5].
반면, 감이 지닌 좋은 효능은 고스란히 남습니다. 대봉감을 먹인 동물실험 결과, 염증 지표가 낮아지고 면역 단백질이 증가하는 효능이 확인되었습니다 [4]. 즉, 곶감이 단 이유는 수분이 빠지며 원래 있던 단맛과 영양분이 응축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의할 점은 수분이 빠져 부피가 작아졌을 뿐, 곶감 1개는 생감 1개와 열량 및 당분이 똑같다는 것입니다. 무심코 여러 개를 집어 먹기 쉬우므로, 혈당 조절이 필요하신 분은 반드시 하루 섭취량을 정해두고 드시길 권장합니다.
Q6. 떫은 감은 떫은맛을 어떻게 빼고, 남은 감은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
떫은 감은 사과와 함께 밀봉해 단기간에 떫은맛을 빼고, 감의 종류(단감, 홍시, 곶감)에 맞춰 서늘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감의 떫은맛(탄닌)은 감 스스로 내뿜는 기체가 밀폐된 공간에 쌓일 때 가장 잘 빠집니다.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 사과와 함께 밀봉: 비닐봉지에 떫은 감과 잘 익은 사과 1개를 넣고 묶어 실온에 3~4일 둡니다. 사과가 뿜어내는 가스가 감을 빠르게 익혀줍니다.
- 소주 활용: 감꼭지에 소주를 살짝 묻힌 뒤 비닐에 밀봉하여 일주일가량 둡니다.
- 따뜻한 물에 담그기: 40도 안팎의 따뜻한 물에 감을 잠기게 두고 하루 정도 둡니다. 가장 빠르지만 자칫 물러지기 쉬우니 주의해야 합니다.
보관할 때는 감을 겨울잠 재우듯 서늘하고 조용하게 두어야 합니다. 종류별 보관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단감: 키친타월로 낱개 포장한 뒤 ‘꼭지가 아래로 향하게’ 눕혀 냉장 보관합니다. 꼭지가 위로 가면 그 부분부터 빠르게 물러집니다.
- 홍시: 통째로 냉동해 두었다가, 먹기 전 반쯤 녹여 숟가락으로 떠서 먹습니다.
- 곶감: 표면에 핀 흰 가루가 눅눅해지지 않도록 낱개로 랩에 싸서 냉동 보관합니다.
Q7. 감 먹고 남은 꼭지가 딸꾹질에 좋다던데, 모아뒀다가 달여 먹어도 되나요?
집에서 모아둔 감꼭지는 절대로 임의로 달여 드시면 안 됩니다. 약효 성분의 함량이 들쑥날쑥해 위험하며, 현재 복용 중인 약과 충돌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감꼭지가 딸꾹질을 멎게 하는 약재라는 말 자체는 사실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가을에 잘 익은 감꼭지를 햇볕에 말려 ‘시체(柿蒂)’라는 한약재로 처방합니다 [6]. 성질이 평온하며 위로 치솟는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작용을 하여 딸꾹질이나 기침을 다스리는 데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6].
하지만 밥상에서 나온 감꼭지를 집에서 달여 먹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1. 약효 성분의 함량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경남 지역 떫은감 꼭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핵심 성분인 탄닌산의 함량은 채취 시기와 품종에 따라 최대 1.45배까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5]. 밥상에 오른 감이 언제 딴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눈대중으로 달이면 농도를 전혀 제어할 수 없습니다.
2. 복용 중인 약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시체를 활용한 연구에서 혈액 응고를 늦추는 항혈전 작용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6]. 따라서 혈전약이나 심장약을 복용하고 계신 분이 농도도 모르는 감꼭지 달인 물을 매일 마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따라서 감꼭지는 반드시 정해진 가공 과정을 거쳐 유효 성분이 균일한 ‘규격 한약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딸꾹질이 며칠씩 멎지 않는다면 꼭지를 모아 달일 것이 아니라, 한의원에 내원하여 원인 질환을 감별하고 안전하게 처방받으셔야 합니다.
감은 내 몸 상태에 맞게 잘 골라 드시면 가을철 이만한 보약이 없습니다. 껍질째 드시고, 속이 불편하시면 개수를 줄여보세요. 단, 먹고 남은 부위를 함부로 약으로 삼는 일만은 꼭 주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 버리던 참외 꼭지에 항암 효과가? 한의사가 밝히는 참외 효능의 두 얼굴
▶ 갱년기에 석류 먹으면 여성호르몬이 채워질까? 석류의 진짜 효능과 껍질의 반전

[참고 논문]
[1] 단일 센터에서 경험한 위 위석의 임상 특성, 이상진 외,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 2010
[2] 위석 12예에 대한 임상적 고찰, 박종섭 외, 대한외과학회지, 2009
[3] 단감의 박피가 영양성분 및 항산화 활성에 미치는 영향, 이수정 외,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2010
[4] 대봉감의 항산화, 항염증 및 면역증강 효과, 이희재 외,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2015
[5] 시기별 성숙정도에 따른 경남지역 떫은감 감꼭지(시체: 柿蔕) tannic acid 함량 변화, 최지은 외, 농업생명과학연구, 2017
[6] 柿蒂의 in vitro와 in vivo 항혈전 효능 연구, 백경민 외, 대한본초학회지,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