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독성은 구워도 거의 줄지 않아 먹는 개수가 중요
- 어른은 하루 10알, 아이는 5알을 넘기지 않아야
- 일반 은행과 기침에 처방하는 독성분을 덜어낸 한약재(백과)는 구분해야
안녕하세요. 환자분들이 궁금해하는 일상 속 건강 정보를 알기 쉽게 전하는 몸이편안한의원 김진아 원장입니다.
“원장님, 구운 은행이 고소해서 한 봉지씩 먹는데 괜찮은 건가요? 구우면 독이 다 날아간다고 들었거든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이맘때면 진료실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길에서는 은행을 줍는 분들이 보이고, 마트에는 껍질을 벗겨 구운 은행이 봉지째 놓여 있습니다. 술자리 안주로도 은행꼬치가 빠지지 않는 계절입니다.
고소해서 손이 자꾸 가는데, 은행에 독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덜컥 겁이 납니다. 아이 간식으로 줘도 되는지, 기침에 좋다는데 매일 먹어도 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은행은 구워도 독성분이 거의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먹어도 되나’보다 ‘몇 개를 먹었나’가 훨씬 중요합니다. 다만 은행을 많이 먹은 뒤 토하거나 어지럽다면, 몇 개를 먹었든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굽고 삶고 얼리는 방법마다 은행의 독성분이 얼마나 남는지 직접 잰 연구가 있어, 이 글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은행은 하루에 몇 알까지 먹어도 될까? 구우면 정말 독이 날아갈까? 기침에 좋다는데 매일 먹거나 달여 먹어도 될까?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Q1. 구운 은행이 고소해서 한 봉지씩 먹어요. 은행 하루에 몇 개까지 먹어도 괜찮을까요?
A. 한 봉지는 많습니다. 어른은 하루 10알 이하로 드셔야 합니다.

이는 은행을 많이 먹고 발작을 일으킨 사례를 다룬 논문에서 인용한 수치로, ‘여기까지는 먹어도 안전하다’는 보증이 아닙니다. 넘기지 말아야 할 선으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맞습니다 [1].
은행은 한의학에서 기침을 가라앉히는 약재로 쓰지만, 적정량을 넘기면 오히려 몸에 독이 됩니다.. 은행에는 4-MP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흔히 은행독(ginkgotoxin)이라고 부릅니다. 이 성분은 비타민 B6가 하는 일을 가로막아 신경을 흥분시킵니다.
어른이라고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익힌 은행 70~80알을 먹고 중독된 어른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2].
은행은 술과 닮았습니다. 한두 잔은 괜찮아도 한 병을 넘기면 탈이 나듯, 은행도 한 알 한 알은 아무렇지 않지만 개수가 쌓이면 몸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은행은 몸에 좋은지보다 몇 개를 먹었는지로 따져야 합니다.
특히 조심하실 것은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입니다. 먹고 나서 속이 메슥거려 토하거나 머리가 핑 도는 어지럼증이 먼저 오고, 몇 시간이 지나 경련이 올 수 있습니다. 먹은 직후 멀쩡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은행을 많이 먹은 뒤 토하거나 어지럽다면 경련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응급실로 가십시오. 병원에서는 비타민 B6로 치료하며 [2], 이 치료는 집에서 영양제를 먹는 것으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Q2. 아이가 은행을 좋아해서 간식으로 줘요. 아이는 몇 개까지 줘도 되나요?
A. 아이는 어른의 절반인 하루 5알 이하로 주셔야 합니다. 몸이 작을수록 적은 양에도 탈이 나기 때문입니다.

한 12살 아이가 은행 100~200알을 한꺼번에 먹었습니다 [1]. 아이는 먼저 구토를 했고, 약 7시간이 지나 5분 동안 온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떠는 전신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3일 동안 입원했고, 그 뒤로 발작이 다시 오지는 않았습니다 [1].
더 어린 아이는 더 적은 양에서 탈이 납니다. 볶은 은행 50~60알을 먹은 2살 아이에게서 중독이 보고되었는데 [2], 어른이 중독된 70~80알보다도 적은 개수입니다.
잉크 한 방울을 작은 컵과 큰 양동이에 각각 떨어뜨려 보면, 작은 컵의 물이 훨씬 진하게 물듭니다. 아이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개수의 은행을 먹어도 몸속에 퍼지는 독성분은 어른보다 진해집니다.
은행을 아이 간식으로 주실 때는 봉지째 건네지 말고, 개수를 세어 접시에 덜어 주세요. 어른들이 술안주로 먹는 은행 접시가 아이 손이 닿는 곳에 있지 않은지도 한번 살펴보십시오.
아이가 은행을 먹고 토하거나 기운 없이 처진다면, 발작이 오기 전에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Q3. 구우면 은행 독성이 날아간다고 들었어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어도 괜찮나요?
A. 구워도 은행의 독은 날아가지 않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마찬가지로, 독성분은 거의 그대로 남습니다.

4-MPN은 조리할 때의 열로는 없어지지 않는 성분입니다 [1]. 은행을 조리법별로 익힌 뒤 독성분을 직접 잰 연구에서도, 굽거나 튀기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린 은행은 독성분이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삶았을 때만 은행 1g당 534µg(마이크로그램, 1g의 100만분의 1)에서 332µg으로, 약 38% 줄었습니다 [3].
커피콩을 아무리 오래 볶아도 카페인은 거의 그대로 남습니다. 은행도 노릇하게 구워 고소한 냄새가 나면 독이 빠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고소함은 익었다는 신호일 뿐, 독성분이 빠졌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삶는 편이 그나마 낫지만, 삶아도 절반 이상은 남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익히든 먹는 개수를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Q4. 길에서 주운 은행 껍질을 까다가 손이 벌겋게 부었어요. 그 손으로 눈도 비볐는데 괜찮을까요?
A. 손이 부은 것은 은행 과육에 닿아 생긴 접촉피부염입니다. 그 손으로 비빈 눈은 꼭 안과에서 확인을 받으셔야 합니다.

은행 알을 감싸고 있는 물컹한 노란 과육에는 은행산(ginkgolic acid)이 들어 있습니다. 옻나무에서 옻이 오르게 하는 성분인 우루시올과 가까운 계열입니다.
과육을 벗겨 알을 꺼내던 사람들에게 가려움과 부기, 좁쌀 같은 발진과 고름 물집이 생겨 7~10일 동안 이어진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4]. 옻이 오르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반응입니다. 피부가 유난히 약해서 생긴 일이라고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은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식사를 준비하며 은행을 손질하다가 그 손으로 눈을 비빈 70~80대 여성 두 명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눈이 따갑고 모래가 들어간 듯 껄끄러우며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약 3주 동안 치료를 받고 회복했습니다 [5].
눈을 비볐다면 흐르는 물로 충분히 씻어낸 뒤 안과 진료를 받으십시오.
은행을 주워 손질할 때는 이렇게 해 보세요.
1. 고무장갑 끼고 까기
과육이 맨손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입니다. 목장갑은 즙이 스며들기 때문에 고무장갑이 낫습니다.
2. 비누로 씻기 전에는 얼굴 만지지 않기
장갑을 벗은 뒤에도 비누로 손을 씻기 전까지는 눈과 얼굴에 손을 대지 마세요.
3. 부은 자리는 긁지 않기
가렵다고 긁으면 발진이 번지고 상처가 납니다. 부기와 물집이 심하면 피부과 진료를 받으십시오.
Q5. 은행 속에 초록색 심이 있던데, 빼고 먹어야 하나요? 얼려 두면 독성이 좀 줄어들까요?
A. 심을 빼도, 얼려 두어도 은행의 독은 크게 줄지 않습니다.

독 성분은 은행 속 초록 심(배아)에 1g당 2,247µg으로 가장 진하게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심은 은행 전체 무게의 약 1%에 불과합니다. 껍질째 얼려 보관했을 때도 독 성분은 12.57%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3].
짠 국에서 가장 짠 건더기 하나를 건져내도 국물은 여전히 짭니다. 초록 심을 빼도 나머지 99%의 은행 알에는 독 성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심을 빼거나 얼려 보관하는 것은 약간의 보조적인 방법일 뿐입니다.. 결국 한 번에 먹는 개수를 줄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Q6. 기침이 오래가서 은행을 매일 볶아 먹거나 달여 먹으려고 해요. 괜찮을까요?
A. 기침을 달래려고 은행을 매일 볶아 먹거나 달여 드시는 것은 안 됩니다.

독 성분을 덜어내지 않은 은행을 날마다 먹는 것은, 안전장치를 풀어 둔 난로를 매일 켜 두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별일 없어 보여도 위험은 날마다 쌓입니다.
은행이 기침 약재인 것은 맞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은행 알을 백과(白果)라 부르며, 흩어진 폐의 기운을 거둬들여 기침과 천식을 가라앉히는 약재로 씁니다.
은행 씨앗을 쓴 동물실험에서도, 담배 연기로 폐가 상한 쥐의 폐 조직 손상과 염증 지표가 줄었습니다. 몸을 지키는 항산화 효소는 늘었습니다 [6].
문제는 앞에서 보셨듯 은행의 독 성분이 익혀도 남는다는 점입니다. 날마다 먹으면 몸이 독 성분을 비워내기도 전에 또 들어옵니다. 한약재의 기준을 정한 중국약전도 날은행을 독이 있는 약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7].
은행의 독 성분 세 가지(은행산, 4-MPN, 4-MPN에 당이 붙은 배당체)는 포제를 거치면 줄어듭니다 [7]. 포제는 한약재를 쓰기 전에 독성을 덜어내는 가공 과정으로, 법제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기침에 백과를 쓰려면 반드시 한의원에서 법제를 거쳐 독 성분을 덜어낸 정식 규격 한약재로 처방받으셔야 합니다.
▶ 기침에 좋다는 살구씨, 함부로 달여 먹으면 독? [바로가기]
은행은 가을에 가장 흔하게 먹는 열매이면서, 개수를 세어 가며 먹어야 하는 드문 열매이기도 합니다. 구웠다고 안심하지 마시고, 어른은 하루 10알, 아이는 5알을 넘기지 않는 것부터 지켜 주세요.
은행과 함께 가을이면 기침 때문에 많이 찾는 재료가 도라지입니다. 배도라지즙이 마른기침에도 좋은지, 도라지의 진짜 효능과 부작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칼럼을 함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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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논문]
[1] 다량의 은행 섭취 후 발생한 전신 발작 1례, 류정민 외, Pediatric Emergency Medicine Journal, 2014
[2] Review of Ginkgo biloba-induced toxicity, from experimental studies to human case reports, Mei N 외, Journal of Environmental Science and Health, Part C, 2017
[3] Investigation of ginkgotoxin in different parts of Ginkgo seeds and its changes during low temperature storage and heating processing, Cao J 외, Journal of Food Measurement and Characterization, 2024
[4] Mini-epidemic of contact dermatitis from ginkgo tree fruit (Ginkgo biloba L.), Tomb RR 외, Contact Dermatitis, 1988
[5] 은행 열매 접촉에 의한 독성 각결막염 2예, 오주상 외, 대한안과학회지, 2021
[6] Seeds of Ginkgo biloba L. inhibit oxidative stress and inflammation induced by cigarette smoke in COPD rats through the Nrf2 pathway, Qian Y 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3
[7] The main active constituents and detoxification process of Ginkgo biloba seeds and their potential use in functional health foods, Wang HY 외, Journal of Food Composition and Analysis, 2019